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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벌이 가정주부의 현실 그리고 부업, 우유 배달

두지비 2023. 5. 26. 01:07

외벌이로 사는 어려움

저에게는 사랑하는 남편과 예쁜 두 딸이 있습니다. 남편은 중소기업 회사에 다니고 저는 가정주부로 아이들의 주 양육자가 되었습니다. 첫째 딸이 5살이 되면서 어린이집에 다니고 짧은 시간 일을 하기도 하였는데 둘째가 태어나면서 다시 가정주부의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외벌이로 네 식구가 살기에는 현실이 참 어렵습니다. 아이들의 필요를 채우다 보면 남편과 저는 작은 사치도 부릴 수 없는 형편이 되어버립니다. 그래서 남편은 회사 이외에 투잡을 알아보다가 새벽 우유배달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너무 힘들어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 피곤해하고 짜증을 많이 냈습니다. 그래서 우유배달을 그만두라고 권유했죠. 하지만 그나마 우유 배달비로 조금이나마 여윳돈이 생기니 욕심이 생겼습니다. 저는 남편에게 제가 대신 우유배달을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우유 배달을 진짜 할 수 있을까?

사실 고민이 됐습니다. 새벽에 사람들은 거의 자고 있겠지만 여자 혼자 잘 할 수 있을까? 작은 소리에도 놀라고 깜깜한 건 더 무서운 내가 우유 배달을 할 수 있을까? 그런데 저는 부모가 되었고, 아이들의 미래를 책임져야만 합니다. 그런 책임감이 무서운 두려움을 이겨내고 나아갈 수 있는 용기인 것 같습니다. 주말에 아이들을 부모님 댁에 잠깐 맡겨두고 우유배달 할 아파트를 한번 돌아보았습니다. 그리고 배달 전날 밤 인터넷을 뒤져가며 배달 우유들의 이름을 공부했습니다. 그동안에는 몰랐는데 우유 종류가 정말 다양하더라고요. 다음 날 우유 배달을 시작했습니다. 
 
 

우유 배달 얼마나 벌까요?

저는 두 군데 아파트를 돌리고 총 70집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월, 수, 금 3일 배달을 합니다. 공휴일엔 쉬고 쉬는 날 전 배달일에는 공휴일 우유까지 함께 돌립니다. 월요일에 배달할 우유가 제일 많고 수요일은 월요일의 3/2정도 되며 금요일은 3/1정도 입니다. 한 달 소득은 세금을 떼고 34만 원입니다. 배달하는 집에서 우유를 그만 먹는 다거나 새로 우유를 먹는 집이 생기는 상황에 따라 소득이 조금씩 달라집니다. 
 

배달 시간은 얼마나 걸릴까?

처음엔 동호수와 라인 등을 익혀야 해서 3시간 30분 정도 걸렸는데 한 달이 지난 지금 월요일은 약 2시간 반, 수요일은 2시간, 금요일은 1시간 반 정도 걸립니다. 계산해 보니 최저시급보다 조금 더 받는 것 같습니다. 저는 집과 가까운 다른 아파트라서 차량 비용은 얼마 들지는 않지만 차량 비용을 제외하면 최저 시급보다 덜 버는 셈이네요. 그래도 아이들이 잘 때 할 수 있는 일이라서 감사합니다. 

새벽에 배달하는 거 무섭지 않나요?

처음엔 무섭고 떨렸습니다. 세상에서 매일 쏟아져 나오는 뉴스거리에는 묻지마 폭행, 길 가던 행인폭행 등 다양한 사건, 사고가 너무 잦기 때문입니다. 걱정하며 나간 첫날에는 사실 헤매느라 무서운지 잘 몰랐습니다. 빨리 돌리고 빨리 집에 가고 싶다는 간절한 생각 때문에 더 열심히 뛰어다녔거든요. 그리고 새벽에 돌아다니는 사람은 거의 없더라고요. 그런데 간혹 새벽에 흡연하러 나오시는 분이나 산책하러 나오시는 분도 있는 것 같아요. 저의 입장에서는 사람이 없는게 덜 무섭고 사람이 있으면 두려움이 좀 생기더라고요. 하지만 그분들 입장에서 오히려 새벽에 만난 제가 무서울 수도 있겠죠? 한 달이 지난 지금도 적응 중이지만 전에 하시던 아주머니도 3년을 하셨다고 하니 아이들을 생각하며 할 수 있을 때까지 열심히 달려보려고 합니다. 
 

다음 날 영향을 받지는 않을까요?

당연히 영향을 받습니다. 저는 아침잠이 많은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첫째 아이를 겨우 학교에 보내고 둘째 아이 아침을 먹이고 조금 누워있었습니다. 그런데 둘째 아이가 너무 심심해해서 미안해지더라고요. 이러려고 우유 배달을 시작한 게 아닌데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 한 달이 지나고 나니 조금 적응이 돼서 우유 배달을 마치고 집에 와서 반찬을 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새벽에 일어나야 하는 일은 참 쉽지 않습니다. 
 

가정주부 부업을 할 수 있을까요?

세상에 쉬운 일은 없는 것 같습니다. 우유 배달을 하기 전에는 스마트스토어를 운영했는데 사업 부진으로 폐업했습니다. 우유 배달도 쉽게 생각했지만 절대 쉽지가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이들의 엄마이기 때문에 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을 생각하며 무슨 일이든 도전해 보려고 합니다. 실패하고 쓴맛을 보고는 있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다시 새로운 일에 도전 중이니까요. 저는 엄마입니다. 가정주부로 최선을 다하고 아이들에게도 최선을 다하도록 오늘도 노력해 보겠습니다. 세상의 모든 가정주부님 오늘도 힘내시기를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우유 배달을 마치고 돌아가는 새벽 여름의 아침 해가 밝았습니다.

                                               
다음번에 더 자세한 우유 알바 포스팅을 올려보겠습니다^^